결혼 전부터 감기 등 잔병치레가 많았던 나는 임신 전 담낭절제술로 복부에 20Cm 가 넘는 상처와 함께 조금만 신경을 써도 짧게는 5분에서 길게는 10시간이 넘도록 트림을 하게 되는 후유증을 갖고 있었다. 임신이 결코 이른 나이가 아닌지라 수술 후 정기 검진때마다 임신을 해도 괜찮은지 물어보았고 6개월이 지나자 임신해도 좋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물론 수술 후 남편과 친정 식구들의 배려와 정성으로 투병으로 쇠약해진 기력을 어느 정도 회복할 수는 있었지만 아기를 갖으려면 임신부가 더욱 건강해야 한다는걸 알았기에 집 앞에 있는 요가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그곳에서는 자세와 호흡법을 중심으로 수련을 하였는데 스트레칭수준의 효과를 보는 정도였지만 점차 자세가 나아지겠지 하는 마음과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꾸준히 다녔다. 종종 TV나 메스컴에서 요가에 대해 나오는 것을 보면 어려운 자세를 주로 보여주어서 요가라면 모두 그런 동작을 하기 위해 수련을 하는 것 같이 보였으니까… 그러던 중 친구로부터 한국명상요가센터 얘기를 듣게 되었다. 거기서 일반요가를 하고 있는데 시중 요가원같이 자세 중심보다는 마음으로부터 수련을 하는 요가 수련 방식이 마음에 드니 이곳으로 옮겨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재 다니고 있는 곳도 나름대로 괜찮다고 생각되었고 위치문제와 동생도 같이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요가가 거기서 거기겠지 하고 그냥 흘려 들었다.
그러다 임신을 하게 되었으나 임신인 줄도 모르고 회사에서 매년 중국 우호도시로 산업시찰을 가는데 운이 좋게도(?) 대상자로 선발되어 가게 되었다. 7박8일간의 일정이 빠듯해서인지 귀국 후 하루만에 감기몸살로 열이 높아 응급실로 실려 갔고 거기서 우리 부부는 임신사실을 알게 되었다. 임신초기에 감기에 걸리면 고생한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걱정반 기쁨반인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으나 기쁨도 잠시, 걱정은 현실이 되어 유산기가 있어 두 차례 응급실 신세를 진 뒤 결국은 입원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 모든 일이 임신 전 건강탓으로 생각된 나는 임신부에 적당한 운동을 찾던 중 인터넷을 통해 임신부 요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니던 요가원은 임신부 요가를 하지 않았고 좀 더 전문적인 곳을 찾아보니 여러 곳의 임신부 전문 요가센터중에 한 곳을 정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각 센터 홈페이지에 올라온 체험수기와 홍보의 글을 읽은 후 친구의 권유가 생각나 한국명상요가센터를 찾았다. 그러나 담당 의사는 좀 더 안정이 필요하다며 운동을 말렸고 몇 주를 더 기다려 아기가 안정되자 요가를 시작한 것이 18주째부터였다.
요가를 선택하면서 나는 자세교정과 자연분만, 건강회복이라는 세 가지 소원이 있었다. 성격이 급한 나는 수련을 시작하면서부터 선생님께 자세며 호흡법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며 귀찮게 했다. 그동안 다녔던 곳은 자세와 호흡을 중요하게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이곳은 자세와 호흡은 신경쓰지 말고 이완하는 것에 모든 걸 맡기라고만 하니 조바심이 나 궁금한게 많았던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수련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데 말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완과 명상이 왜 다른 것들보다 중요한지, 그것이 먼저 이루어지면 자세나 호흡이 자연스레 따라 오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어떤 날은 이완이 잘 되어 아기와 함께 편히 쉬었던 날도 있었고, 어떤 날은 여러 가지 생각에 휩싸인 날도 있었지만 거기에 매이지 않고 꾸준히 수련하였다. 처음에는 수련하는 날에만 수련을 하였으나 시간중에 선생님의 숙제검사(어깨 느끼기 등)와 출산인터뷰를 얘기하시면서 집에서도 꾸준히 이완에 중심을 두면서 한 두 동작이라도 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 때마다 아기와 함께 깨어 쉬어 주라는 말씀에 매일은 아니어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다. 다른 엄마들처럼 영어나 수학공부 등 특별한 태교를 하지 못해 내심 불안했던 나는 이 시간을 통해 아기와 함께 느끼고 마음을 나누는 일로 명상태교를 함으로써 내 아기와의 사랑을 새록새록 쌓아 갔다. 그러면서 내 건강은 부쩍 좋아졌다. 남편도 임신하면서 더 건강해 진 것 같다, 아프다는 얘기를 덜 하는 것보니 요가하길 정말 잘했다, 출산하면 일반요가 같이 하고 싶다는 얘기를 종종 한다.
임신 전에 요가센터 두 곳을 다녀봤지만 명상과 이완을 강조하는 곳은 아니었고 다른 곳에서도 들어보지 못했다. 그 곳에서는 앞서 말한 것처럼 호흡과 자세를 중요시하였는데 몇 개월이 지나도록 호흡법을 익히는데 어려움이 많았으나 이완을 중심으로 자세와 호흡을 하기 시작하자 점차 자연스러운 복식호흡이 이루어지면서 동작 후 신체의 변화를 잘 느낄 수 있었고 아기의 움직임도 더 활발해져 요가갈 시간이면 어떻게 아는지 태동이 시작되곤 한다. 임신 후 시간이 늘어가자 골반이 아프기 시작해서 원장선생님과 상담한 결과 바르지 못한 자세 때문에 골반이 기울어져 그런 것 같다는 말씀에 자세체크를 통해 틀어진 골반을 바로 잡으려고 노력하다보니 아프던 골반이 어느 새 나아져 출산시 아기를 만나는 일이 조금 더 수월할 수 있게 되었고,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흐린 날에는 어깨가 굉장히 아팠는데 어깨 긴장을 풀어주는 여러 가지 동작으로 한결 가벼워진 어깨를 느낄수 있었으며, 임신 전부터 자다가 다리에 쥐가 나는 일이 많았는데 그런 일도 없어졌고, 요가 수련을 하면서 트림하는 일도 눈에 띄게 줄어들어 건강회복과 자세교정에 많은 효과를 보았다. 이제는 친구들이나 동생은 물론, 요가반에 신입회원이 임신부 요가하니까 어떠냐고 물어보면 아기와 엄마한테 너무 좋으니 열심히 하시라며 얘기하곤 한다. 요가를 하면서 얻고 싶은 세 가지 소원 중 마지막 하나 자연분만!! 이제 2주도 채 안남은 시간, 그 시간을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요가를 통해 아기와 함께 하면서 아기와 만날 날을 두려움보다는 설레임으로 기다릴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요가가 나에게는 정말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건 남편도 마찬가지인지 출산 후에도 적극 지원해 주겠다며 남편이 미리 등록해 놓은 상태다. 출산 후에도 명상요가를 통해 얻고 싶은 세 가지 소원이 생겼다. 산후회복, 다이어트, 평안한 마음.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큰 욕심으로 수련에 임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은 평안한 마음으로 꾸준히 수련하면 다 따라올 테니까…
* 2006년 2월 24일 양민희 회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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