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출산체험기 생각보다 훨씬 수월했던 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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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일: 2011년 9월 7일
출산일: 2011년 9월 9일 오후 5시 6분(40주+2일)
출산병원: 삼성제일병원(충무로)
분만형태: 자연분만
아기몸무게: 3kg
출산예정일 2개월을 앞두고 저는 직장을 그만두고 윤주영임산부요가학원 도봉본원에서 임산부요가를 시작했습니다. 점점 무거워지는 몸으로 집과 50분 거리인 요가학원을 매일 다니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수련하고 나면 부기도 빠지고 허리통증도 사라지고 몸이 가벼워져서 그 맛으로 꾸준히 다닐수가 있었습니다.
9월 9일이 우리 아기의 출산예정일인데 매일 가벼운 가진통만 있을뿐 진통은 오지 않았습니다. 병원에서 1주일은 기다려 준다면서 추석 쉬고 바로 입원해서 유도분만을 하자고 입원날자까지 잡았습니다. 유도분만은 출산이 2~3일 걸리며 잘못하면 수술로 이어진다고 하여 겁도 나고 기분이 우울해졌습니다. 유도분만을 하고 싶지 않아 다음날부터 엄마랑 쇼핑도 다니고 친구들 만나러 다니면서 열심히 운동을 했습니다.
9월 9일 새벽 5시
문뜩 눈이 떠져 화장실에 갔더니... 속옷이 피에 푹 젖어 있었습니다. 너무 무리해서 피가 나왔나 하는 생각에 애기가 배속에서 잘 놀고 있는 가를 확인하고 다시 침대에 와서 누웠습니다. 근데 이상하게도 잠은 오지 않고 아랫배에서 일정한 간격으로 심장박동처럼 쿵쿵하는 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배가 불러오다가 사라지면서 배가 꺼지고 또 얼마 지나서 다시 배가 불러오고 꺼지고 반복하였습니다. 6시까지 5~6번정도 규칙적인 것 같은데 아프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잠도 안 오니 누워서 핸드폰으로 시간을 재기 시작했는데 10분간격이었습니다. 이게 진진통인가? 근데 왜 안 아플까? 하면서 침대에 누워 무릎 세워 요가시간에 배운 요가동작을 했습니다. 남편도 뭔가 느낌이 있었던지 갑자기 눈을 떠 왜 안자냐고 하길래...진통이 오는것 같다고 했더니 잠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병원가자고 했습니다. 아직 진통인지 확실하지가 않고 진통이라도 아직 갈때가 아니라고 하면서 남편더러 다시 자라고 했지만 남편은 불안해서 도저히 잠을 잘수가 없다고 하면서 일어나서 샤워하러 갔습니다.
오전 8시
이제는 5~7분 간격으로 약한 생리통 정도 통증을 느꼈습니다. 시어머님은 서둘러 아침준비를 하시고 저는 샤워를 하고 입원준비물을 챙겼습니다. 아침을 먹고 나니 진통강도가 좀 강해졌지만 그래도 참을만한 생리통정도여서 좀 더 기다렸다가 5분간격으로 1시간이상 진통이 있으면 그때 병원에 가야겠다는 생각에 누워서 5단계 이완법도 하고 나비자세도 하면서 몸을 풀었습니다. 요가를 하니 몸도 마음도 편안해지는것 같았습니다.
오전 11시
병원에 가게 되면 문자 줄테니 그때 병원에 오라고 하면서 남편을 달래서 출근시켜놓고 방안에서 계속 요가를 하며 몸을 움직였습니다. 그러다 11시가 넘으니 진통이 좀 더 강해지고 5분간격으로 1시간을 넘겼습니다. 이제는 병원에 가도 되겠다는 생각에 시부모님이랑 같이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출발했습니다. 근데 비가 오니 차가 막혀 병원에 가는데 거의 한시간이 걸렸습니다.
오전 12시
병원에 도착하여 산모응급실로 들어가 태아 심장박동검사며 이런저런 검사를 하고 내진을 했더니 자궁문이 3cm 열렸다고 입원해야 한다고 하길래 오늘 애기 낳을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흐뭇했습니다. 검사를 마치고 진통실에 들어가니 관장하고 수액 달고 간호사들이 분주히 왔다갔다했으며 커텐을 사이두고 여기저기서 산모들의 신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저는 별로 진통을 못느껴 이완을 하며 누워서 요가동작을 했지만 주변의 공포스러운 신음소리 때문에 도저히 집중할수 없고 그 분위기에 점점 겁을 먹게 되어 가족분만실을 신청했습니다.(집에서 좀 더 운동하다가 병원에 왔으면 더 좋았을텐데...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족분만실에 들어가니 긴장이 풀린 것 같았습니다. 간호사가 와서 무통을 맞겠나고 해서 아직 아픈걸 몰라서 안 맞겠다고 했더니 촉진제를 투여하자고 해서... 그러겠다고 했습니다.
오전 2시
주치의 선생님이 오시더니 내진하고 5cm 열렸다고 하면서 무통 맞겠냐고 해서 아직 견딜만하다고 했더니 주치의선생님은 의아한 표정으로 보통 3cm 열리면 아파서 무통 맞겠다고 한다면서 모니터 진통수치를 봤을때는 엄청 아파야 하는데 하면서 아픔을 잘 참는다고 칭찬해 주시면서 참을만 하면 무통 안 놓고도 출산하는 산모들이 있으니 안 맞아도 된다고 하면서 가셨습니다. 그러다 얼마 지나서 진통이 꽤 강하게 와서 다리가 떨리고 몸에 힘이 다 빠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내진을 했더니 7cm 열렸다고 하면서 무통을 맞겠냐고 해서... 더는 힘 빠지면 나중에 힘주기를 못할꺼 같아서 무통 맞겠다고 했습니다. 근데 무통 맞아도 10분후에 효과를 보니...10분동안 강한 진통을 겪었습니다. 그러면서 엄마 되기가 힘들다는걸 느꼈지요. 무통의 효과가 나타나면서 통증은 많이 줄어들고 아랫배로 힘이 들어가는것만 느껴졌습니다.
오후 4시
남편이 병원으로 오고 있다고 언제 낳을거 같냐고 해서 좀 걸릴거 같다고 했습니다. (시어머님이 첫 애라 7시정도에 낳으면 빠른거라고 하시면서 집에 가서 잠깐 쉬다 오신다고 해서 저도 그렇게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친정어머니가 계속 옆에 있어줘서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그러다 남편이 들어오고 진통이 올때마다 남편의 손을 꼭 잡으며 참아냈습니다.
간호사분이 들어와 내진을 했더니 자궁문이 다 열렸고 애기도 거의 다 내려왔다고 하면서 힘주기를 해보자고 하면서 몇 번 연습을 했습니다. 힘주기 하는 자세가 내가 생각한 것과 달리 참 애매해서 요가학원에서 출산지도때 받은 힘주기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좀 당황했습니다. 그래도 어깨에 힘 빼라는 원장님의 말씀이 머릿속에 맴돌고 있어 수시로 어깨에 힘이 들어 갔는지를 확인하고 밀어내듯이 힘을 줘야 한다는 생각만 했습니다. 네 번 연습하고 잘하셨다고 칭찬을 하시면서 이제 분만 준비를 하자고 하셨습니다. 침대가 순식간에 분만대로 변하고 분만준비로 간호사들이 분주히 서두르고 남편도 수술복을 갈아입고 주치의선생님도 들어오셨습니다. 곧 우리 아기를 볼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에 너무 설레었습니다. 진통이 밀려오자 힘주기 시작하라고 해서 어깨 힘 풀고 밀어내듯이 힘을 주었더니 옆에 있던 남편이 “어머, 머리 나왔다”라고 웨쳤습니다. 의사선생님이 “애기 머리 나왔구요. 이제 한번 더 힘주면 어깨가 나옵니다.” 라고 하셔서 한번 더 힘줬더니 “여자애기 5시 6분에 출생했습니다.”라고 하는 의사선생님의 말씀이 들리고 남편이 가서 탯줄을 자르고 간호사분들이 애기 처치하느라고 분주했습니다. 이어서 태반이 나오고 회음부 마무리에 들어가는것 같았습니다. 잠시후 애기 울음소리가 들리고 애기모습을 보게 되었고 남편이 흐뭇한 표정으로 이쁜 아기를 낳아줘서 고맙다고 하는 말을 듣고 머릿속에 순간 “이 정도면 둘째도 낳을만 하네”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시간 회복시간을 주는데 이때는 산모들이 지쳐 잠을 잔다고 하던데 저는 힘들지도 아프지도 않아 남편이랑 친정엄마 그리고 시어머님이랑 얘기를 주고받으며 출산의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병동에 가서도 잠이 안 와서 아이팟에 저장해두었던 영화도 보고 신생아실 구경도 가고 좀전에 출산한게 꿈만 같았습니다.
9월11일에 퇴원하고 지금 집에서 애기를 잘 키우고 있습니다. 애기는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순한 편이라 제가 덜 힘든 것 같습니다. 요가수련을 하면 명상태교를 해서 애기도 순하다고 하던데...이게 다 요가 덕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요가학원에서의 2개월간 수련이 저에게 정말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서 주변 임신한 친구들에게도 적극 추천하고 있습니다.
현재 요가학원에 다니시는 회원분들도 저처럼 순산해서 애기를 잘 키우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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