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요가반 제 생에 첫 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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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439회 작성일 18-01-31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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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수련회를 다녀와서
“제 생에 첫 봄이었습니다“

작년 8월부터 사당 점에서 요가 수련을 하고 있던 중, 선생님들께 수련회에 대한 말씀을 듣고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곳이랑 달라도 뭔가 다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와 두려움이 반반이었습니다.....
기다리던 요가 시간.
한국 명상 요가 센터 윤주영 본원장님의 지도 아래 요가 수련이 있었습니다.
다들 잘 아시겠지만 선생님들께서는 동작을 한다는 사실에 마음을 주지 말라고 가르치십니다. 동작이 잘 되고 안 되고는 의미가 없고 내가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에 마음을 주라는 말입니다.
처음 요가를 시작했던 건 3, 4년 전쯤이었는데 그 요가원에서는 주로 동작을 위주로 가르쳤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요가를 하면서 처음으로 마음을 바라보는 연습을 함께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중간에 한 번 슬럼프가 왔었는데 그 때 '왜 나는 이렇게 못할까? 왜 이렇게 잘 안 될까?'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누가 잘 하고 못 하고 그럴 필요도 없는 거고 잘 된다고 좋아하고 안 된다고 낙담할 필요도 없는 건데 워낙 지금까지 무조건 뭘 하든 '잘' 해야 한다는 습관과 같은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던 거죠. 이것은 비단 요가에서 뿐만이 아니라 이 부분이 제 삶을 관통하고 있는 제 나쁜 습관이었습니다.
이 습관이 저를 지치게 한다는 사실도 모른 채 계속해서 달리기만 해 왔습니다. 대학원 2년간에는 조금 더 가속도가 붙고 말았습니다. 어쩌다가 여유가 생겨도 항상 무언가를 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에 사로 잡혔고 눈치를 많이 봤고 기분이 롤러코스터를 탄 듯 수직상승하다가 또 어느 순간 수직하강 했습니다. 눈물도 울컥 많이 났었고 아무것도 아닌 일에 짜증을 냈고 무엇보다 잠 잘 때 꿈속에서 헤매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마음이 편치 않으니 당연히 몸도 좋지 않았습니다. 어깨 목은 항상 뭉쳐 있고 왼쪽 오른쪽 균형이 맞지 않아서 항상 오른쪽이 저렸습니다. 심한 날은 너무 아파서 잠을 이루지 못해 새벽에 홀로 깨어 울다 잠들기도 했습니다.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아서 요가를 시작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운동은 해야겠는데 뛰는 건 싫어서 선택한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몸을 고치려고 시작한 요가가 마음까지 보살펴 주었습니다. 요가를 만나고 나서 내 마음에 집중하고 본래 나로 돌아오는 연습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잘 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의식적으로 TV를 틀어 놓거나 의미없이 인터넷 서핑을 하는 시간도 현저히 줄었습니다. 지하철에서도 귀에는 음악을 흘려 놓고 머리로는 딴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긴장은 남아 있지만 전과 비교해 보면 잡생각이 많이 줄었고 예전처럼 꿈에서 헤매지도 않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때 어둑한 터널을 통과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요즘 다시 전에 왔던 슬럼프가 비슷하게 왔습니다.
한 마디로 말하면 '잘' 하고 싶은데 잘 안 된다는 것이 그 원인이었습니다.
물론 그 욕심 마저 내려 놓아야 한다는 것을 머리 속으로는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정말 그렇게 하기란 힘들더군요. 지금까지 제가 가져온 습관이 관성처럼 남아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런데 수련회 요가 시간에 본원장님께서 마치 제 고민을 알고 계시기라도 한 것처럼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 지금 잘 느끼고 계신가요? 잘 못 느끼셨다고 해도 스스로에게
실망하거나 좌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잘 못 느꼈다면 다시 돌아가서 한 번 더 느끼시면 됩니다."

처음 들었던 말은 아니었습니다. 다른 선생님들도 항상 하시는 말씀인데 그제서야 정신이 들

더라고요. 또 잊고 있었구나, 그래서 내가 그 동안 힘들었구나, 하고 생각하고 마음속 깊이 위안을 받았습니다.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생각해 보면 힘을 빼고 살고 싶은데 노력한다고 해도 또 어느 순간 힘주고 사는 나를 보면서 실망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와중에 적절한 타이밍에 원장님의 그 말씀을 들었고 요가나 명상 수련에 대한 태도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제 태도를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의식중에 내 금쪽같은 연휴를 투자해 여기까지 왔으니 '무언가 꼭 얻어가야겠다'라고 생각하고 있음을 함께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런 생각조차 다 내려놓아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었음을 인식하게 된 것입니다.

그 시간 이후로 수련회에 참가하는 태도가 바뀌었습니다.
'눈에 불을 키고 열심히 해서 뭔가를 얻어가야만 해!'라는 태도에서 '내가 할 일은 순간순간 마음을 온전히 내는 것뿐이다'로요.
그런데 생각을 바꾸자 조금씩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명상시간에 아프다는 느낌을 어떻게 해보려고 했던 마음을 그냥 놓아버렸습니다. 그리고 오직 내 호흡과 내 마음을 바라보겠다는 단 하나의 욕심은 놓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명상시간은 힘들었습니다. 다른 분들은 비워내고 있는 것 같은데 나만 여전히 머리 속은 정리가 안 된 채 산만한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제 스스로를 비난하거나 자책하려 하지 않고 내가 느끼는 그대로 받아 들이고 다독이려고 노력했던 것이 나로 있을 수 있는 시간을 조금씩 더 늘릴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순간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정신이 맑아지면서 여기 지금 이 순간 '순수하게 존재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른 분들이 오르신 환희심의 경지까지 오르기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맑고 행복했습니다.
이런 공부는 수험 공부 같이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있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을 제시하고 고민을 함께 나눈다는 의미에서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수련회에 다녀오고 난 후 예상했던 것처럼 극적인 변화는 없었습니다.
그래도 스스로에게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않는다는 것이 전과는 달라진 변화라면 변화인 것 같습니다.잘 안 되더라도 조금씩 조금씩 하면 될 거라는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 조금 더 강해졌습니다.

작년 봄, 템플 스테이에 참가하기 위해 갔었던 한 사찰 방 안에 홀로 앉아 수행하는 마음 물러남이 없게 해달라고 발원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고 순수하게 그 절실함 하나만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그 마음을 잊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몰랐을 때는 모르지만 알게 된 이상, 이제는 예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음을 압니다.
이제 겨우 길을 갈 채비가 된 것일 뿐이니까요.

올 봄, 저는 파란 하늘과 초록색 나뭇잎을 보았고 새 소리를 들었습니다.
화단에 옹기종기 앉아있는 꽃들을 보았습니다.
우두커니 앉아 있는 산의 묵직한 존재감도 느꼈습니다.
그리고 고백하건대 올 봄이 제 생에 첫 봄이었습니다.
책에서만 읽고 머리로만 알았던 것들을 요가를 하면서 실제로 훈련해 보고 내 삶의 좋은
습관으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수련회 기간뿐만 아니라 요가 수련을 가르치고 이끌어 주시는 요가원 선생님들,
그리고 수련회 때 만난 이 선생님, 양 선생님 그리고 많은 인연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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