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출산체험기 나의 마음, 내 생활의 이완 (수원지원 박은선 회원님 수련체험기 및 ♥출산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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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303회 작성일 18-02-0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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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 30세, 첫째아이
수련기간 : 5주
예정일 : 5월 30일
출산병원 : 수원에덴메디 여성병원(김희연 선생님)

임산부 요가를 시작하며 사실 그다지 큰 기대를 걸지는 않았다. 막달에 시작하는 요가가 나의 출산과 내 삶에 별다른 영향을 주리라고는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산부 요가는 태담태교, 미술태교, 과일태교, 향기태교, 음악태교, 십자수나 퀼트, 펠트공예, 뜨게질 D.I.Y처럼 임신출산 관련 책에 실린 수많은 태교법 중에 하나라고만 여기고 있었다. 단순한 스트레칭과 호흡법이 임산부 요가의 전부이려니 했다.
하지만 짧다면 짧기만 한 3주 정도의 수련과정을 거치면서 처음에 가졌던 나의 생각은 많은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다. 몸을 이완해가는 과정은 그동안 단단하게 조여만 왔던 나의 마음, 나의 생활 습관을 풀어내는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달아가고 있는 것이다. 역시 몸은 마음을 담는 그릇이었다. 몸은 마음과 함께 가져가야하는 하나의 화두였다.

어깨와 고관절 근육을 끊임없이 이완하고 그를 통해 자연스러운 호흡을 하는 방법은, 태교와 출산 준비를 넘어서 이제까지의 내 생활습관을 전반적으로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한때 심한 어깨 결림으로 통증클리닉과 정형외과를 찾아다녔었는데 지금 와 생각해보면 잘못된 몸의 자세와 마음가짐, 생활습관에서 오는 몸의 긴장 때문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임산부 요가 첫날 5단계 이완법을 하던 시간은 몸의 자세가 낯설고 불편한 만큼 의심과 불안에 떨었다. ‘이렇게 똑바로 누워있으면 태아한테 좋지 않다는데. 허리 밑에 베개를 댄 자세가 우리 아기한테 압박을 주면 어쩌지?’ 하는 생각들과 싸워야했다. 이런 생각들 때문인지 몸을 이완하며 열심히 하고 있다고는 믿었지만 실은 몸은 더 긴장되어가고 있었다. 아기가 불편하다는 듯이 뱃속 딸꾹질을 이전보다 더 많이 심하게 하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회를 거듭하여 훈련하며 임산부요가를 지도하시는 선생님에게 신뢰를 갖게 되면서 차츰차츰 이런 생각들을 놓여날 수 있었다. 몸을 점차 이완시킬수록 호흡하는 것도 편해졌고 마음도 평화로워지기 시작했다. 이전보다는 편하게 베개에 몸을 맡길 수 있게 된 것이다. 편하다 못해 한동안은 졸음과 싸우고, 또 한동안은 사념과 싸워야했지만 말이다. 요즘은 ‘지혜로운 아이를 낳으려면 엄마가 맑은 정신으로 깨어있어야 한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5단계 이완법을 하고 있다. 졸음과 사념에서 벗어나려다보니 자연스럽게 호흡에 신경을 쓰게 되는데 ‘호흡을 잘하려는 마음마저 놓아버리고 한 번 더 양어깨와 고관절의 힘을 풀라’고 하니, 이것은 내가 아직도 해결해야할 숙제 중의 하나다. 이런 노력들이 나의 아기도 마음에 드는지 5단계 이완법을 하는 와중에도 심한 딸꾹질 대신 부드러운 태동으로 답하는 듯하다.

‘라마즈 호흡법은 연습했니?’
막달에 들어서자마자 친구들이 숙제 검사하듯 물어오는 호흡법에 대한 점검이 나를 불안하게 했었다. 임산부 요가를 배우면서 언제쯤 출산단계별 호흡법을 배우게 되는지 의문이었지만 호흡은 몸이 이완되면 자연스럽게 따라 오게 된다는 걸 알고 이전의 불안과 출산단계별 호흡 그래프의 강박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왜 의사선생님께서 나한테 제왕절개하라는 말씀을 안 하시지?’
막달에 다다를수록 자연분만의 육체적 고통에 따른 두려움 때문에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을 가누지 못하였던 나. 임산부 요가를 시작하며 이런 불안감과 초조감이 상당히 가라앉았다. 자연분만을 잘 해낼 거라는 확신에 찬 믿음은 없지만 예전만큼 분만에 대해 가졌던 거부감과 막연한 공포는 사라졌다. ‘아기와 함께라면 해낼 수 있을지도 몰라’하는 믿음이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임산부 요가 수업 중에 ‘누운 채로 두 발을 하늘로 치켜들고 고관절의 힘을 뺀 상태에서 발을 교대로 흔들기 동작’이 있는데 나는 첫날부터 이 자세가 제일 힘들었다. 선생님의 눈을 피해 몇 번이고 발을 내리고 ‘아, 힘들다. 못 하겠네. 언제 끝나나’ 하고 괴로워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기를 잊지 말아요. 아기와 함께 한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어요’ 라는 말씀에 아기를 느끼며 고관절의 긴장을 풀어놓으려 애쓰자, 신기하게도 절대 해낼 수 없을 것 같던 동작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해낼 수 있었다. 남들은 쉽게 하는 별것 아닌 것을 해놓고도, 그날은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혼자 참으로 뿌듯하고 행복해했던 기억이 난다. 엄마 될 자의 착각인지는 모르지만, 태동만으로는 실감하지 못하던 아기의 존재를 느끼게 된 것 같아서 가슴이 벅차올랐다. 아기와 정신적으로 연결되는 듯한 기분이랄까.

막달에 시작한 임산부 요가 수련 3주.
좀 더 일찍 시작할 수도 있었는데 직장을 핑계로 너무 늦게 시작한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주말부부로 인한 남편의 부재와 출산 전 불안한 마음으로 혼란스러워하던 나에게, 3주 동안의 수련기간은 임신 막달에 주어진 한 달이라는 출산휴가 기간을 알차고 평화롭게 보낼 수 있게 해 준 좋은 기회였다.
직장 생활 때문에 임신9개월이 다 지나도록 뱃속아기에게 별다른 태교를 못해줬던 것이 출산을 한 달 여 앞두게 되자 숙제를 못하고 개학을 앞둔 어린아이처럼 불안하고 죄스럽기만 했었는데, 이제는 ‘뱃속아기가 태어나기 전에 엄마에게 이런 선물을 주는구나’하는 감사의 마음을 갖고 아기를 기다리게끔 되었다. 요가와 함께 시작한 임신부생활수칙은 평생 가져가도 될 만큼 훌륭한 생활습관이니까.

아기를 낳고 산후조리가 끝나게 되면 수원 친정집에서 다시 서울 신혼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다행히 명상요가센터 사당 본원에서 10분 남짓한 거리이니 그때는 일반인요가를 배우며 내 삶 자체를 이완해갈 수 있는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또한 내 뱃속 아이가 커서 어린이요가를 하게 될 순간을 생각하니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훈훈하고 즐거워지는 기분이다.

이제 출산예정일이 열흘 남짓 남았다. 그 무엇으로도 출산 자체의 고통을 없앨 수는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고통을 대하는 자세일 거다. ‘잘 해낼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3주 전보다는 담담한 마음으로 출산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오랫동안 불행이야 말로 내 시의 원천이었다. 이제 그 원천을 폐쇄해버리고 다른 원천을 찾아내고 싶다. 이를테면 유머, 육체의 기쁨, 더 이상 어떤 이유로도 유예하고 싶지 않은 행복들....어둠, 절망, 불행들은 상대하고 싶지 않다.
나는 그만 행복 속으로 망명하고 싶다.
망명한 후에 내 시집들을 사라질 운명의 것들, 이를테면 지난해의 달력, 바스라져 버리는 마른 잎사귀들, 물이 말라버린 우물, 석양빛, 파충류의 허물들...의 목록 속에 넣어버리고 싶다. 빛바래도록 오래 팽개쳐두고 싶다.
- 장석주 시집 自序


♥수원지원 박은선 회원님께서 2007년6월2일 자연분만 하셨습니다.

5월31일 이슬이 비치고 이후 5분간격, 10분 간격으로 불규칙하게 진통이 왔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병원에 갔더니 유도분만을 권유 받았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요가 하면서 들었던 말들이 생각나서 꾹 참았다고 하셨습니다.
진통이 처음 시작되었을 때는 너무 아파서 잠도 못자는데 주변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자고 먹고 하는 것이 섭섭하고 속상했습니다. 허나 나중에는 이 고통은 내가 감당해야 될 몫이라는 생각이 들고 베개이완 등으로 연습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3일째 되는 날 너무 힘들어서 병원에 갔더니 아기가 다 내려왔다고 바로 분만대에 가서 힘주기를 했다고 합니다. 힘 잘 준다고 칭찬 들었답니다.
낳는 것은 힘들지 않았고 불안한 마음 없이 편했다고 하셨습니다.

박은선 회원님 길고 힘든 진통 잘 참아주셔서 저희도 기쁘답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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